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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an Blogger Club

학교의 얼굴을 잃어버린 부산대학교

부산대학교 정문 모습

부산대학교 정문입니다. 정말 많이 변했죠. 이 학교를 몇 년 만에 보신 분들은 달라진 모습에 여기가 정말 부산대학이 맞나 의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엔 정문을 지나 약간 경사진 길을 50미터 쯤 올라가면 시계탑이 있었습니다. 부산대에서 약속장소 정하기 번거로울 땐 시계탑 앞에서 보자고 했고 그러면 누구나 오케이였죠. 부산대학교 하면 떠올릴 정도로 시계탑은 부산대 최고의 상징물이었습니다. 이제 부산대 정문엔 그 정겨운 시계탑 대신 지하주차장의 시커먼 출입구가 버티고 섰습니다. 저 앞에서 누굴 만날 약속을 잡을 순 없을 겁니다.

정문 옆에 교문을 짓누르는 듯 한 모습으로 서 있는 건물은 최근에 완공된 ‘굿플러스’라는 상업시설입니다. 현재 영화관과 커피숍, 상가 등이 영업 중입니다. 곧 마트도 입점 시킬 계획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체육관이 있는 자리로 학교행사나 공연이 있는 날이면 들썩거리곤 하던 곳인데 지금은 학생들은 바삐 지나가고 학생들 눈길을 붙잡으려는 상가와 좌판이 인근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굿플러스 위에서 정문 앞쪽을 바라보고 찍은 장면

마트가 이 건물에 입점하면 풍경은 더 달라지겠죠? 안 그래도 부산대학교 정문 앞은 차들이 엉키는 곳인데 마트가 들어서면 교통은 더 불편해질 겁니다. 상가의 좌판도 더 많아질 것이고요. 그런 걱정도 살짝 듭니다. 혹시 학교정문 앞에서 여성안내원이 마트로 손님을 유도하기 위해 반짝이 장갑을 끼고 손을 흔들지는 않을지.......,

‘굿플러스’ 옆으로 난 길을 따라 학교로 올라가봅니다. 오른 쪽에 커피숍과 햄버거가게 간판이 학생들을 반깁니다. 밑에서 보면 부산대의 랜드마크(Landmark) 인문대관이 상가의 광고판과 겹쳐서 보입니다. 학교 느낌을 가지려면 좀 더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계단을 다 올라서서 '넉넉한 터'에 들어섰습니다. 이제 학굔가? 커피숍과 도너츠 전문점이 여기까지 따라왔군요. 부산대 학생들 더운 여름에 학교 올라가다 저기로 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교문은 학교의 얼굴입니다. 사람들은 교문에서 학교다운 모습을 기대하고 더 나아가 그 학교의 교육철학과 전통을 찾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교문이 전혀 학교답지 않은 모습이라면 어떨까요? 교육철학은 고사하고 물건 파는 상인들만 잔뜩 보고 전통을 알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기 어렵다면 학교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들까요?

교육만큼 신뢰가 중요한 만남이 없습니다. 잘못된 가르침은 한 인간은 물론 한 사회를 파멸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는 학생에게 올바른 가르침을 준다는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학교에 대한 학생의 신뢰는 첫 만남이 이루어지는 교문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학교가 교문을 함부로 해선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정면에 지하주차장 입구가 보이고 상가가 둘러싼 교문은 학생에게 올바른 가르침을 준다는 신뢰를 주기 어려울 겁니다.

이런 것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등. 하교 때마다 평온한 학교의 정문이 아닌 상가에서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려고 안간힘을 쓰는 서비스 노동자의 고단한 인생을 본다면 학생들은 학문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기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학문을 추구하는 희열보다 스펙에 매달린 고통스런 4년을 보낼지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학교 앞의 상업시설은 자본의 학생에 대한 협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4학년 취업준비생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당혹해 하던 표정을 떠올려 보십시오. 자본은 현실의 노동을 보여줌으로써 미래의 노동자인 학생을 자본에 길들일 수 있는 겁니다.

아무리 자본주의사회라지만 학교만이 지켜야할 가치가 있습니다. 자본이 그 가치마저 침범해선 안 되는 것입니다. 자본에 의해 교육의 가치를 침범당한 학생들의 배움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이 사회에 표출될지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부산대는 국정감사에서 위 상업시설에 대한 계약자료 공개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학생들이 알아서 좋을 게 없어서일까요?

Posted by 커서 (Curs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