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는 라면을 꽤나 좋아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면 종류 음식은 다 싫어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집사람이 몇 달 전부터 맛있는 칼국수집이 있다고 몇 번을 가보자고 하는 통에 계속 싫다고도 할 수 없어서 며칠 전에 한 칼국수집에 마지 못해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긴 건 걸쭉하게 생겼어도 음식은 깔끔한 집에서 먹는 걸 좋아하는데요. 집사람과 함께 찾은 칼국수집은 입구부터 참 지저분해 보여서 도저히 만족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요. 칼국수를 먹고 나오는 저는 참 행복한 얼굴로 나올 수 있었어요.
저희는 점심시간이 아직 안된 11시 40분 경에 찾았는데요. 저희가 먹고 있는 사이 밖에서 손님들이 여럿 기다리고 있더군요. 기다리는 것도 이상하게 익숙해 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늘은 엔조이 부산넷에 맛집으로 소개할 요량으로 일부러 한가한 시간을 택해서 2시가 넘어서 갔습니다. 아무래도 바쁜 시간에 사진을 찍거나 질문을 드리면 영업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이죠. 생각한 대로 2시가 넘은 시간에 가보니 손님이 한분도 없더군요.
식당 이름도 그저 '소문난 손칼국수'입니다. 할머니 세분이 함께 운영하고 계시는 이 식당은 테이블이 고작 5개뿐인 작은 규모인데요. 벌써 21년째 장사를 하고 계시다고 하네요.
손칼국수라는 말 그대로 할머니께서 직접 손으로 반죽하고 썰어서 만들어 주십니다. 손님이 주문을 하면 즉석에서 반죽한 밀가루를 썰어서 만들어 주십니다. 반죽대나 면을 삶을 때 쓰는 막대기가 좀 불결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마저도 소박한 풍경처럼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음식이 드디어 나왔네요. 사진이 그다지 맛있게 보이지 않는데요. 저의 사진실력이 너무 미천한 것일 뿐입니다. 면이 참 쫄깃쫄깃하고 적당하게 시원한 육수가 저 같이 면을 싫어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을 만큼 맛있습니다. 사진 속에서 면을 들어보이는 이가 바로 접니다. 섹시한 카리스마가 느껴지시나요? ㅎ
단무지에 깍두기가 반찬의 전부인데요. 이전에는 배추김치를 내어놨는데 요즘 배추가격이 너무 올라서 도저히 감당을 할 수가 없으셨다고 하네요. 칼국수가 맛있어서인지는 몰라도 깍두기도 맛있더군요.
메뉴판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칼국수가 2천5백원이고 비빔밥이 3천원 밖에 안합니다. 그래서 제가 할머니께 가격을 좀 더 올려도 되지 않느냐고 여쭈어 봤습니다. 그랬더니 할머니께서는 매일 오시는 분들 얼굴이 밟혀서 쉽지 않다고 하시네요.
식당의 주재료인 밀가루값부터 가스비용까지 어느 한 가지 오르지 않은 게 없어서 요즘은 거의 적자라고 하시는데요. 식재료값도 벌써 30만원이나 밀렸다고 푸념까지 하시는 걸 보면 빈 말은 아니신 모양입니다. 그럼에도 음식값을 쉽게 올리지 못하는 그녀들의 소심함에 어딘지 모를 찡함이 있네요.
이 식당에 오시면 저렴한 가격으로 정말 맛있는 칼국수를 드실 수 있는데요. 이 집이 정말 특별한 이유는 다른 맛집에는 없는 '소박한 멋'에 대한 울림도 느끼실 수 있다는 겁니다.
내일 점심에는 칼국수 어때요?
오시는 방법은 아래 위치를 참고하세요. 부전시장 맞은 편에 있고요. 지도에 있는 '기봉이국밥' 바로 옆집이에요.
Posted by 섹시고니 (Sexygo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