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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an Blogger Club

내가본 정치인 노무현, 인간 노무현…강하고 똑똑한 서민

큰 별이 졌습니다. 하늘도 슬퍼서 펑펑 울어댑니다. 봉하마을에도 서울에도 부산에도 전국적으로 엄청 쏟아집니다. 눈물은 우산을 타고 가슴을 적셔댑니다. 가슴은 흥건이 젖고, 머릿속은 뭔가에 맞은 듯한 충격속으로 빠져듭니다.

아직도 믿을 수 없는, 아니 믿기지 않는 그 분의 음성과 특유의 제스처가 생생한 데 돌아올 수 없는, 다시는 볼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시려고 합니다.

필자는 ‘정치인 노무현, 인간 노무현을 만나다’라는 글을 통해 그와의 인간적인 만남을 소개하려 합니다.

소통을 위해 만드셨던 '사람사는 세상'. 그러나, 그러나….


1. 인간 노무현을 정치현장에서 첫 만남

필자가 대통령님을 처음으로 만난 건 1988년 4월입니다. 당시 필자는 군대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필자의 친구 중 한 명이 대통령님의 국회의원 선거캠프 대학생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편지를 보낸 것이죠. 당시 대통령님은 부산 동구에 출마했습니다.

그때 우리 사회는 군대로 편지를 보내고 받는 게 참으로 어려웠던 시절입니다. 그 시절 용감한 이 친구는 노무현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편지를 보낸 것이죠. 필자의 사회 주소지가 부산 동구라 부재자 투표 용지가 배달되었습니다.

부재자 투표용지를 통해 첫 만남을 시작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대통령님은 필자가 살고 있는 부산 동구에서 초선의원이 되셨습니다.

2. 두 번째 만남도 정치현장에서

필자는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던 중 1992년 3월 또다시 친구의 호출을 받았습니다. "괜찮은 사람이기 때문에 부산이 키워야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불안한 선거판"이라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필자는 당시 부산 동구지역에 살고 있었으므로 이웃 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님은 낙선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3. 세 번째 만남도 정치현장에서

1995년 6월 부산시장 선거가 있었습니다. 이때 사회인이 된 필자는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자원봉사로 도왔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님은 쓴잔을 마셨습니다. 출마를 앞두고 있는 야인의 신분이신 대통령님을 친구들과 만났습니다.

무모한 싸움이 아니겠느냐고 했더니 "정치를 계산으로 할  수 없다. 그게 정치다."라고 하시며  그 힘든 싸움을 강행하신 대통령님.

4. 포장마차에서 만났던 소박한 그

대통령님은 젊은이들과 술잔을 기울이기를 좋아하셨습니다. 그렇게 낙선을 많이 하셨건만 오뚝이 같은 심정으로 포장마차에서 만나곤 했습니다.  허름한 술집에서 만나기도 했습니다.

당시 대통령님은 '롯데가 져도 부산사람이 롯데를 버립니까. 노무현이 졌다고 해도 부산사람이 저를 버리지 않아요.'라고 말씀하시곤 하셨습니다. 대통령님은 이런 신념을 가지신 분이셨습니다.

또 한 번은 자꾸만 낙선을 하시니 술자리의 누군가가 농담으로 "이름이 무현이라 그런 것 아닙니까"라고 농담을 건네자 "이 사람아, 노무현일세. 노(NO) 무(無) 현(賢) ' 모르겠는가. 이중부정은 강한 긍정이야."라고 멋들어지게 농담을 받아주셨던 분이셨습니다.

5. 종로로 가시면서 필자와 서먹

1996년 서울로 가셨습니다. 서울 종로 출마를 위해서죠. 이 소식은 필자에게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이 일로 한때 필자는 대통령님을 원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대통령님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서울로 올라가신 이후로 필자와의 개인적 인연은 사실상 멀어졌습니다. 그 후 필자의 동료 중엔 서울로 상향해 지근에서 돕기도 했습니다.

6. 대통령님을 멀리서 도와야 했던 안타까움

서울로 올라가신 이후 만나기 참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인연으로 인해 필자는 남들이 대통령님을 싫어할 때도 미워할 때도 그를 지지했고, 주변에도 지지를 부탁했습니다.

마음은 항상 그 곁에 있었지만 몸이 멀어 마음속으로만 당신의 승리를 기원했습니다.

7. 가까이 오셨건만 이젠 떠나시려는 당신!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오셨을 때 이젠 가까이서 대통령님을 자주 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봉하마을은 부산과 가까운 곳이었기 때문이죠.

어느 날 봉하마을로 찾아갔지만 방문객들이 많아 번번이 먼발치서 대통령님을 뵈어야 했습니다. 포장마차서 술잔을 기울이던 당시가 생각났건만 대통령님은 이미 여러 사람의 님이셨습니다.

세월이 더 흐르면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당시로 돌아가 허탈하게 술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님은 엄청난 결심을 하시고 우리 곁을 떠나려 하십니다. 그 야무진 결심 앞에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아픔과 슬픔이 몰려듭니다.  진정 우리 곁을 떠나시렵니까. 우리는 어떡하나요.

Posted by 세미예 (Semiye)